2019.04.17

유림독립항쟁 파리장서 100주년 축전

‘유림독립항쟁 파리장서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유림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앞장서 일어났습니다. 오늘 유림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성균관과 전국 234곳 향교에 모인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유림이 펼친 독립항쟁은 대한민국 건국 정신에 스며 있는 우리 역사의 자랑스러운 본류입니다. 국권을 침탈한 일제와 무장투쟁을 벌였던 의병장 대부분이 조선 유림이었습니다. 수기안인(修己安人), ‘나를 갈고 닦아 국민을 편안하게 하겠다’고 다짐한 조선 선비들은 스스로 칼이 되고 창이 되어 국민의 선봉에 섰습니다.
100년 전 오늘 유림은 세계를 향해 다시 한번 독립의 깃발을 높이 들어올렸습니다. 면우 곽종석 선생, 심산 김창숙 선생, 지산 김복한 선생을 비롯한 전국 유림 대표들이 학파(學派)와 당색(黨色)을 뛰어넘어 ‘파리장서’를 완성했습니다.
2,674자, 137명의 이름이 새겨진 ‘파리장서’는 단지 한 장의 문서가 아닙니다.
3월 23일 극비리에 고국을 떠나 3월 27일 상하이에 도착한 심산 선생께서 품에서 꺼내 놓은 것은 항일독립을 향한 전국 유림의 하나 된 충절과 국혼이었습니다. 137명 서명자들의 곁에는 함께 목숨을 내놓았던 일가의 협력자들이 있었고, 유림의 적통을 이은 수많은 제자들이 있었습니다.
3・1독립운동은 유림의 ‘파리장서’를 통해 우리 민족 전체 운동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대동세계(大同世界)를 향한 유림 정신은 독립운동기지 건설 운동으로, 해외 항일무장투쟁과 광복군 창설로 해방의 날까지 줄기차게 이어졌습니다.
유림의 기개는 실천하는 지식인의 사표가 되었고, 불의에 맞선 이들의 대의(大義)가 되었습니다. 해방 후 민주공화국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 때마다, 모두가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나라를 향한 유림의 정신은 올곧은 나침반이 돼 주었습니다.
100년 전 유림은 ‘파리장서’에서 “사람 스스로가 사람이 되고, 나라 스스로가 나라가 되니 실로 각자가 제 나라를 다스릴 능력이 있다”고 선언했습니다. 100년 후 우리 국민은 촛불을 들어 민주주의의 길을 밝혔습니다. 스스로 나라의 주인임을 증명해 냈습니다. 이제 모두 함께 잘사는 나라, 평화로운 한반도를 향해 담대한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습니다. 처음 가는 길입니다. 그러나 모두 함께 간다면 다다를 수 있는 길이라 믿습니다.
유교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존중을 통해 정의를 지키고 인권의 가치를 세워 왔습니다. 오늘 유림의 독립항쟁과 ‘파리장서’에 담긴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하려는 노력은 나라다운 나라,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를 만들고 있는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선현들의 숭고한 뜻을 잇기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고 계신 ‘유림독립항쟁 파리장서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여러분, 김영근 성균관 관장님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유림 지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