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17

장준하 선생 서거 42주기 추모사

오늘은 장준하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마흔두 해가 되는 날입니다.
42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위대한 지도자를 잃었고, 민주주의는 독재의 어둠 속에 숨죽여 울어야 했습니다.
돌베개를 베고 풍찬노숙(風餐露宿)을 마다하지 않았던 선생의 전 생애는 애국을 향한 대장정이었습니다. 42년 전 오늘, 국민은 가슴 치는 비통함을 딛고 선생의 길을 잇자는 각오를 다졌습니다. 그렇게 장준하 선생은 정의와 평화,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모두에게 꺾을 수 없는 자긍심이자 지표가 되었습니다.

국민은 선생과 함께 절망을 이겨냈습니다. 일제강점기 야만의 역사를 온몸으로 돌파한 스물여섯 살 청년 장준하가 가슴에 살아 있는 한, 독재에 맞서 정의와 양심을 수호한 언론인이자 민주주의자인 장준하가 역사에 새겨져 있는 한 이 땅의 민주주의는 반드시 전진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국민은 장준하와 함께 승리했습니다. 친일과 독재 세력이 그토록 감추고 없애려 했던 평화와 정의, 민주주의를 향한 선생의 의지와 충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함성으로, 2016년 촛불혁명의 불꽃으로 기어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선생에 대한 죄송함과 부끄러움이 남아 있습니다. 서거한 지 42년이 흐른 지금도 선생을 우리 곁에서 빼앗아 간 죽음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015년 서거 40주기를 맞아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역사적 과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와 함께 ‘장준하특별법(「장준하 사건 등 진실규명과 정의실현을 위한 과거사 청산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습니다.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서는 선생이 꿈꿨던 평화로운 나라, 진정한 국민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선생이 평생을 바쳐 온 애국의 가치도 바르게 세워야 합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친일과 독재 세력이 왜곡하고 점유해 온 애국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합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길은, 장준하 선생을 비롯한 애국선열들, 국가를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온전히 기릴 때 더욱 굳건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오늘 민족의 자주독립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온 생애를 불태운 선생의 영전 앞에서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오직 국민을 위한 나라, 남과 북이 평화롭게 화합하는 한반도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선생의 후손으로서 감당해야 할 소명임을 깊이 되새깁니다.
장준하 선생 서거 42주기를 맞는 오늘 이 자리가 조국의 광복과 민주주의를 위해 신명을 바친 선생의 위업을 받들고 고귀한 정신을 계승하여 국민통합을 이루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선생께서도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을 밝혀주시고, 어려움을 헤쳐 나갈 지혜와 용기를 주시리라 믿습니다.

한없는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바치며, 평안한 안식을 기원합니다.